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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을 떠난 날: 거북이, 호기심과 깨달음, 물음표

by 꼬꼬아빠 2024. 5. 25.

1.시작

새벽 동이 틀 무렵이었습니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땅에 드리운 그림자조차 없었습니다. 늘 그랬듯이 개구리 프리다는 우물 바닥에 앉아 위를 쳐다봤습니다. 커다란 두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거북이 한 마리가 보였습니다. '뭐지? 별 이상한 거북이가 다 있네.' 프리다는 혼자 생각했습니다. 거북이는 이내 사라졌습니다. 프리다는 우물 안에서 아무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좋았습니다.낮에는 고개를 들어 머리 위에 떠 있는 원 모양의 작고 파란 하늘을 보면서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하늘 위로 떠가는 기다란 구름 조각과 오가는 새들을 구경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밤에는 신비롭게 반짝거리는 별과 달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눈이 큰 거북이가 나타난 후로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거북이는 어디서 왔을까? 왜 내 우물을 내려다봤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였습니다.

 

2. 개구리와 거북이

그날 밤 프리다는 거북이 꿈을 꿨습니다. 꿈속의 거북이는 온몸이 붉은색이었습니다. 거북이는 오른쪽 앞발에 쥐고 있던 황금색 씨앗 하나를 우물에 떨어뜨렸습니다. 맑은 우물물 속에 가락앉은 씨앗은 태양처럼 밝은 빛을 냈습니다. 너무 눈이 부셔서 앞을 볼 수 없었지만 프리다는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실눈을 뜨고 씨앗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처음에는 냄새를 맡아보고 그 다음은 핥아보았습니다. 그리고 혀를 내밀어 씨앗을 통째로 삼켰습니다. 바로 그 순간 꿈에서 깼습니다. 프리다는 꿈에서 현실로 되돌아오게 되어서 기뻤습니다. 그래서 우물 안을 껑충껑충 뛰어다녔습니다. 그때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올려다보니 거북이가 다시 우물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이름이 뭐야?' 프리다가 물었습니다. '난 아노쉬마야.' 거북이가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우물 밖으로 모험을 떠나지 않을래?' 덜컥 겁이 난 프리다는 거북이에게 사라지라고 힘껏 외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꿈을 꾸는 듯 자기도 모르게 '그럴게' 라고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거북이는 우물 아래로 밧줄을 던졌습니다. 프리다가 밧줄을 움켜잡자 거북이가 끌어당기기 시작했습니다.

 

3. 호기심과 깨달음

눈부신 태양과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을 보면서 프리다는 경이로움에 빠져서 몸을 가눌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눈을 조금만 떠도 눈이 부시다 못해 아팠지만, 프리다는 조금씩 눈을 더 크게 떠보았습니다. 두 눈을 완전히 다 뜨자 한 번도 본 적 없는 색깔들이 사방에 펼쳐졌습니다.더 넓은 세상의 밝은 빛에 익숙해질 무렵 이상하게 생긴 쥐가 프리다 옆으로 쌩하니 지나갔습니다. 우물 밖 세상은 위험과 모험으로 가득 찬 곳처럼 보였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밀려드는 여러 냄새에 프리다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프리다는 땅에 누워 코를 벌름거리며 행복에 젖었습니다. 형형색색의 꽃과 풀, 다양한 나무와 동물에게서 나는 새롭고 신선한 향기가 프리다의 몸을 감쌌습니다. 이제는 여러 소리가 뒤죽박죽 섞여서 들려왔습니다. 프리다의 귀가 쫑긋거렸습니다. 프리다는 새의 신비로운 노랫소리와 근처에서 들리는 요란한 강물 소리를 감상했습니다. 새로운 감각을 경험하고 현기증을 느낀 프리다는 잠시 앉아서 뭘 좀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호기심에 이상하게 생긴 풀을 입에 넣었는데 늘 먹던 곤충보다 훨씬 맛있었습니다. 발아래 밟히는 여름풀은 우물 안의 단단하고 축축한 돌보다 훨씬 부드러웠습니다. 프리다는 새로운 세상 속에 있는 자기 자신이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새로운 세상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막 느낀 순간, 프리다는 키가 큰 풀에서 멋진 왜가리 한 마리가 나오는 것을 봤습니다. 새의 아름다움에 반해 프리다는 말없이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왜가리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우아하게 프리다에게 다가왔습니다. 프리다는 왜가리가 무서웠지만 반갑기도 했습니다. 프리다에겐 모든 것이 새로웠습니다.

 

4.마침표가 아닌 물음표의 자세로

개구리 프리다는 좁은 세상을 벗어나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넓은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우물을 떠남으로써 프리다가 여태 살아온 좁고 둥근 세상은 여러 광경과 소리, 맛과 냄새가 가득한 세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가늘게 떴던 눈을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뜨자 프리다는 전혀 알지 못했던 경이로운 세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존재를 보고 느낌으로써 호기심도 생겨나고 생각도 넓어졌습니다. 결국 생각하는 힘은 호기심에서 시작됩니다. 여러분도 무언가를 처음 보거나 항상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것을 의심하기 시작할 때 호기심을 느낄 것입니다. 물론 호기심은 때로는 수수께끼처럼 어렵기도 합니다. 편안하고 안전하고 확실했던 세상이 호기심 때문에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프리다가 우물을 떠났을 때 생긴 일입니다. 혼란스러울 때도 호기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미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하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질문들입니다. '시간이란 무엇일까',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왜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있는 것일까?' 어쩌면 이런 질문으로 인해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디를 가든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은 보고 듣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철학 탐험의 어느 단계에 있든 호기심은 늘 여러분 곁을 따라다닐 겁니다.